눈속의 두루마리 그림, 푸른 기와와 벽돌아래의 산탕제

2022-03-03

봄의 꽃, 여름의 매미, 가을의 단풍, 겨울의 눈. 사계절이 바뀌는 가운데 겨울만이 눈때문에 깨끗한 순색이 되었다. 부드러운 쑤저우에서 겨울철에 눈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눈이 내리기만 하면 쑤저우는 고소성(姑蘇城, 쑤저우의 옛이름)이 되고 진정한 수묵강남(水墨江南)으로 변한다. 가볍게 떨어지는 예쁜 눈꽃들이 쑤저우를 소복단장시켜 시적인 정취와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구현시켰다. 쑤저우의 눈경치를 보고나면 다른 경치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산탕제(山塘街)는 장쑤성 쑤저우옛성 서북쪽에 위치하여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산탕(山塘)은 제왕과 임금, 문인과 묵객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곳이였다. 건륭강희(乾隆康熙)든 백호추향(伯虎秋香)이든 모두 산탕하의 양안에 빠졌었다. 게다가 눈속의 산탕은 고요한 강남의 정취를 더했다.

치리산탕제

강과 인접하여 건설한 산탕제는 동쪽으로는 창쉬로(閶胥路) 북쪽의 도승교(渡僧橋)에서 시작하고 서쪽으로는 후추(虎丘) 서남록의 서산묘교(西山廟橋)에까지 이르러 전체 길이가 약 7화리(약 3.5킬로미터)이므로 “치리산탕(七里山塘)”이라 불리운다.

쑤저우의 맑은 날씨의 경치는 비오는 날보다 못하고, 비올때의 경치는 눈내릴때보다 못하다고 한다.

눈이 내린 산탕제는 옛 쑤저우의 운치를 남김없이 나타낸다. 쑤저우 핑탄(評彈, 민간 문예의 한 가지로, ‘평화(評話)’와 ‘탄사(彈詞)’를 결합한 형식)의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긴 청석판 길을 걷다가 길 양쪽의 특색맛집을 지날때 풍겨오는 향기로운 냄새는 사람을 도취시킨다. 또한 실크 자수가게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천년을 전승해온 자수기법으로 만든 걸작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희대(古戲臺, 옛날식 극장)앞의 북적이는 사람들은 인생은 연극과 같고 연극은 인생과 같은 장을 볼만큼 보았다.

푸른 기와와 벽돌 그리고 석판로, 유지우산아래의 정담.

눈 내리는 산탕제에서 유지우산을 들고 오래된 석교를 걸어본다. 당신은 석교에서 풍경을 보고, 풍경을 보는 사람은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당신을 보고 있다.

202105221512041174.png

화방을 타고 산탕 유람하기

고대에 쑤저우 수륙교통의 편리를 위해 호구(虎丘) 동쪽에서부터 창문(閶門)까지 가는 산탕하(山塘河)를 팠으며, 산탕하때문에 산탕제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옛 사람들은 산탕을 유람할때 대부분 배를 탄다. 고급지고 정교한 유람선인 화방(畫舫, 아름답게 장식한 놀잇배)에 앉아 술을 마시고 차를 마시며 처녀 뱃사공이 연주하는 강남 사죽(絲竹, 관현악기)을 들으며 강언덕의 집들을 구경한다.

지금도 당신은 화방을 타고 산탕하를 한가롭게 노닐면서 고박한 민풍의 강언덕 집들을 구경할 수 있다. 눈을 감고 여행길의 피곤함과 세속의 번뇌를 잠시나마 잊고 처녀 뱃사공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나간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을 듣을 수 있다. 화방을 타고 산탕하를 천천히 지나가노라면 “물가 언덕위의 예술의 도시”는 눈속에서 또다른 운치가 있다.

다른 각도에서 눈꽃이 길고 긴 산탕하에, 고박한 상탕제에, 활짝 편 유지우산 위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만 만날수 있는 강남수향(江南水鄉)에 떨어지는 것을 본다.

202105221512041175.png

산탕곤곡관

곤곡(昆曲)은 쑤저우 쿤산지구에서 발원한 한족 전통희곡중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극 종류중의 하나이며 중국 한족 전통문화 예술이기도 하고 특히 희곡예술중의 진품이다. 명나라때부터 곤곡은 전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여 그 시대의 사람들은 고관대작, 문인과 선비, 일반 서민을 막론하고 모두가 곤곡을 좋아하였다. 사람들은 “목단정(牡丹亭)”의 곡조에서 사랑의 아름다움을 찾았고, “장생전(長生殿)”의 가사중에서 현실의 잔혹함을 이해하였으며 “도화선(桃花扇)”의 부드러움 속에서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의 괴로운 감정을 토로하였다.

산탕곤곡관은 쑤저우 지역에서 유일하게 하루종일 곤곡 전통극을 연출하는 곳으로, 관내의 배치는 명·청 풍격의 가반(家班, 가정내 연극단) 모습을 환원시켰으며, 연출, 편곡, 실력 연마, 강의 등을 한몸에 담은 곤곡전시기지이다. 맑고 서늘한 눈내리는 날에 집안에 들어가 차 한주전자를 우려 연출자들이 독특한 노래가락으로 머나먼 전설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사색도 600여년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2층 창문에 기대어 가끔 밖을 보면 작은 다리와 그 아래 흐르는 개울의 강남경치가 눈안에 전부 들어온다.

쑤저우의 겨울은 조용하고, 산탕의 눈내린 밤은 아름답다. 풀이 길게 자라고 꾀꼬리가 날아다니는 봄과 다르고, 여름처럼 짙은 색채도 없으며, 가을의 주렁주렁한 과실도 없고, 오직 아득한 옛날에서 날아온 고요한 생각과 수묵강남의 두루마리 그림만 있다. 이것이 바로 쑤저우이고, 이것이 바로 산탕이다.

202105221512041176.png